photo & story
도계탄광
graybird
2017. 6. 13. 16:06
그는 오다전문 봉제공장의 시야게였고
나는 봉제공장과 의류부자재,원단을 취급하는 상가에서 일하는 퀵서비스 기사였다.
한 살 차이에 같은 동네에서 산다는 이유로 친구가 되었지만 사실 우리가 술잔을 기울이며 형성할 수 있는 공감대는... 공장이나 상가에서의 일에 관한 이야기가 고작이었다.
그는 하고싶어하는 것이 많은 나를 부러워했고,
나는 별로 하고싶은 것이 없이도 살아갈 수 있는 그를 부러워했다.
일본어를 제외한 아시아의 대부분의 언어를 들을 수 있는 산동네에서 산다는 것과, 도시에서 잘 살아 나가는데 소질이 없다는 것이 우리의 공통점이었다.
나는 많은 것을 해 내는 것을 통해 잘 살아가고 싶었고...
그는 그냥 잘 살아가고 싶어했다.
어느 겨울 초입, 내가 길에서 만난 고양이를 집에 들여 같이 지내기 시작했을 무렵
그는 공장에서 만난 여자와 살림을 차렸다.
그녀에겐 어린 아들이 하나 있었고, 그 덕에 그는 늦게나마 비교적 짧은 시간에 온전한 가정의 형태를 손에 넣을 수 있었다.
가정은 그의 꿈을 모두가 잘 살아가는 것으로 바꾸었다.
그래서 그는 서울을 떠났다. 그의 고향 도계로...광부가 되겠다며...
사진을 찍는 내내... 내가 서있는 곳의 수백미터 아래 땅속에서 삶을 일구어 가고 있을 그를 떠올렸다.
찾으려 마음 먹는다면 얼마든지 찾을 수 있었겠지만 그러지 않기로 했다.
나는 여전히 잘 살아내지 못해 땅 위의 삶에서 위안거리를 찾고 있었고, 그는 저 갱도 아래에서 잘 살아내고 있으리라 믿고 싶어서...
시커먼 땅 위에 멈춰 선 것은 온통 낡고 녹슬어 간 것들 뿐이었다고 생각 하는 순간...
온전한 노란색으로... 온전한 흰 색으로 이곳에도 피어나고 있는 꽃을 보았다.
그가 저 깊고 어두운 땅 아래에서 온힘을 다해 살아가는 것도...
저리도 온전한 꽃을 피우기 위해서일테니...
그저 그가 견디는 모든것이 행복으로 되돌아가길 바랬다.
나는 여전히 이리도 잘 살아내지 못하고 있으므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