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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이역> 추전역

graybird 2018. 3. 25. 20:05

이따금씩 잔설 뒤덮인 산자락을 따라내려와

비좁은 플랫폼을 쓰다듬으며 지나가는 서늘한 바람에

목덜미가 움츠러 든다. 

먼 곳에서 꽃 소식이 들려오는 3월말의 초봄도

이곳에서는 고독이다.

한 때

선로에 주저 앉은 구름을 밀어내며

산업화를 향해 내달리던 디젤기관차들은

어디에서 녹슬어가고 있을까.

가장 높은 곳에 있는 역...

돌아갈 곳을 잃은 겨울이 오래도록 머무는

아직도 검은 땅에서

오지 않은 것들을 기다리는 사람처럼 한참을 서성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