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hoto & story
<간이역> 선평역에서
graybird
2018. 3. 28. 23:41
대합실 문은 굳게 잠겨 있었다.
폐문 앞에 서는 일은 익숙하나
돌아서는 일은 늘 어렵다.
그 잠김이 새 것일 때 남는 미련은
더욱큰 것이기에
차라리 무성히도 자라난 잡초 속에서
세월에 바스라지는 쇠빗장이었다면
돌아서는 일이 조금은 수월했을까.
저 철길은 수 없이 구부러지고 나서야
겨우 이 골짜기를 벗어 날 터인데
나는 몇 수의 아리랑을 읊어야
이 골짜기를 벗어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