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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이역> 구둔역에서...

graybird 2018. 4. 14. 21:51

비가 오는 날에는

당신의 차에 두고 내린 우산이 생각나

그 아래서 나누던 입맞춤도...

내 한 몸 가리기도 버거운 비닐 우산을 쓰고

낯 선 길을 따라 

이미 오래전 소멸해버린 사연들이 남긴 풍경을 찾아가는 내내

어느 날, 여느 때 처럼 통화를 하다

금방이라도 떨어져 내릴 꽃잎처럼

잔뜩 물기를 머금었던 당신의 음성을 떠올렸다

그러고 보니 그 날도 비가 내렸지...

순간에 지나지 않을 누군가의 삶의 한 단락에

경도(倒)된다는 것은

그 다음 단락에 찾아 들 허물어짐을 각오해야 한다는 것을

그 때는 알지 못했다.

나를 잡아끈 단락은 당신의 슬픔이었고...

.

.

.

.여전히... 맑은 날 조차도 온통 당신인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