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생각들
초복...그리고 닭곰탕
graybird
2018. 7. 17. 20:21
IMF와 함께 알거지가 된 채 여인숙 달방에서 아사직전에 있던 나를 서울로 끌고 올라간 친구들이 있다.
그들의 배려로 나는 1년간 몸과 마음을 회복한다는 핑계 속에서 집세 한 푼 보태지 않고 거의 1년간 무위도식에 가까운 생활을 할 수 있었다.
돌이켜 보면 내 인생에서 가장 쓰레기 같은 시간이었다.
어쨌거나 밥값과 용돈은 벌어 써야했기에 이따금씩 노가다를 다니며 돈을 최대한 아끼기 위해 값싼 밥집에서 가장 싼 메뉴를 먹어야 했는데 그것이 2천 5백원짜리 닭곰탕이었다.
2년이 넘는 시간동안 하루 한 끼 이상을 꼭 그집에서 때웠다. 때로는 무료인 추가 밥을 잔뜩말아 한 번에 두 끼를 해결한 적도 있었다.
그 사이 나는 조금씩 생애 최초 실패의 충격과 쓰레기같은 삶에서 조금씩 벗어났고, 사랑하는 사람도 생겼고 하고싶은 일도생겼다. (결국 둘 모두 잘 안되었지만 어쨌거나) 그러니 내게 닭곰탕은 IMF를 극복하게 해준 음식이다.
그러나 이후 그대가로 나는 10년을 넘게 원만한 인간괸계를 위해 닭고기를 극복하는 시간을 보내야 했다.
그렇게 2년 하고도 몇 개월을 보낸 어느 날 친구들과 술자리를 가진 치킨집에서, 닭고기 한 조각을 입에 댄 순간 갑자기 그 냄새가 굉장히 역하게 느껴졌다.
이후 몇 번을 시도해봤지만 나는 한 조각의 닭고기도 삼킬 수가 없게 되었다.
그런 이유로 이후로오랫동안 친한 친구들은 나와의 술자리를 가질 때면 치킨집을 선택지에서 제외하거나 나를 위한 메뉴를 따로 주문해야했다.
더구나 배달음식은 메뉴가 더더욱 한정적이었으니 나는 꽤 오랫동안 스포츠 경기와 함께 즐기는 치맥의 즐거움도 누리지 못했다.
중요한 경기가 있는 저녁은 소외감을 느끼게 될 때도 있어서 그래도 어떻게든 먹어보려 꾸준히 노력은 했었다.
하지만 닭이란 음식은 고난과 함께 찾아오는 것인지...
10 여년이 지난 어느 시점에서 나는 또다른 괴로운 시절을 겪었고 그 시기에는 같이 술을 마셔 줄 친구도 거의 없었다.
바로 그 시기 혼자 소주잔을 기울이던 신림동의 한 국밥 집에서 마침내 돌아 온 것이다.
닭곰탕을 먹을 수 있는 능력이...
심지어 아무런 거부감도 없었고 맛있기까지했다.
이후 치킨에도 도전을 해봤지만 희한하게도 닭곰탕 때문에 잃어버리고 또 되찾은 입맛이 치킨에 대해서는 여전히 예외이다.
물론 못 먹는 것은 아니다. 여전히 그다지 찾아먹고싶지는 않은 음식 정도?
다행히 물에 빠진 닭들은 좋은 술안주가 되어준다.
야간근무를 나왔더니 주간 작업을 마친 인부들이 삼삼오오 현장 정문을 나서며 삼계탕 타령을 한다.
그제서야 나는 오늘이 초복인걸 알았다.
미리 알았더라면 점심은 아마도 닭곰탕이 되었을지도...
내일은 휴무가 시작되는 날이니 점심은 그렇게 해야겠다. 저녁엔 마음맞는 사람들을 모아 치맥에도 한 번 도전해볼까...
그들의 배려로 나는 1년간 몸과 마음을 회복한다는 핑계 속에서 집세 한 푼 보태지 않고 거의 1년간 무위도식에 가까운 생활을 할 수 있었다.
돌이켜 보면 내 인생에서 가장 쓰레기 같은 시간이었다.
어쨌거나 밥값과 용돈은 벌어 써야했기에 이따금씩 노가다를 다니며 돈을 최대한 아끼기 위해 값싼 밥집에서 가장 싼 메뉴를 먹어야 했는데 그것이 2천 5백원짜리 닭곰탕이었다.
2년이 넘는 시간동안 하루 한 끼 이상을 꼭 그집에서 때웠다. 때로는 무료인 추가 밥을 잔뜩말아 한 번에 두 끼를 해결한 적도 있었다.
그 사이 나는 조금씩 생애 최초 실패의 충격과 쓰레기같은 삶에서 조금씩 벗어났고, 사랑하는 사람도 생겼고 하고싶은 일도생겼다. (결국 둘 모두 잘 안되었지만 어쨌거나) 그러니 내게 닭곰탕은 IMF를 극복하게 해준 음식이다.
그러나 이후 그대가로 나는 10년을 넘게 원만한 인간괸계를 위해 닭고기를 극복하는 시간을 보내야 했다.
그렇게 2년 하고도 몇 개월을 보낸 어느 날 친구들과 술자리를 가진 치킨집에서, 닭고기 한 조각을 입에 댄 순간 갑자기 그 냄새가 굉장히 역하게 느껴졌다.
이후 몇 번을 시도해봤지만 나는 한 조각의 닭고기도 삼킬 수가 없게 되었다.
그런 이유로 이후로오랫동안 친한 친구들은 나와의 술자리를 가질 때면 치킨집을 선택지에서 제외하거나 나를 위한 메뉴를 따로 주문해야했다.
더구나 배달음식은 메뉴가 더더욱 한정적이었으니 나는 꽤 오랫동안 스포츠 경기와 함께 즐기는 치맥의 즐거움도 누리지 못했다.
중요한 경기가 있는 저녁은 소외감을 느끼게 될 때도 있어서 그래도 어떻게든 먹어보려 꾸준히 노력은 했었다.
하지만 닭이란 음식은 고난과 함께 찾아오는 것인지...
10 여년이 지난 어느 시점에서 나는 또다른 괴로운 시절을 겪었고 그 시기에는 같이 술을 마셔 줄 친구도 거의 없었다.
바로 그 시기 혼자 소주잔을 기울이던 신림동의 한 국밥 집에서 마침내 돌아 온 것이다.
닭곰탕을 먹을 수 있는 능력이...
심지어 아무런 거부감도 없었고 맛있기까지했다.
이후 치킨에도 도전을 해봤지만 희한하게도 닭곰탕 때문에 잃어버리고 또 되찾은 입맛이 치킨에 대해서는 여전히 예외이다.
물론 못 먹는 것은 아니다. 여전히 그다지 찾아먹고싶지는 않은 음식 정도?
다행히 물에 빠진 닭들은 좋은 술안주가 되어준다.
야간근무를 나왔더니 주간 작업을 마친 인부들이 삼삼오오 현장 정문을 나서며 삼계탕 타령을 한다.
그제서야 나는 오늘이 초복인걸 알았다.
미리 알았더라면 점심은 아마도 닭곰탕이 되었을지도...
내일은 휴무가 시작되는 날이니 점심은 그렇게 해야겠다. 저녁엔 마음맞는 사람들을 모아 치맥에도 한 번 도전해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