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은 달빛이 차가운 숲길을 걷는다.
어둑하니 그림자를 뉘인 나무들 사이로
구불하게 사라지는 길.
그 모퉁이를 돌아선 끝에
창백한 지붕을 얹고 선 낡은 오두막.
한 계절을 보내기엔 좋은 곳이다.
한 때 나는 별들 사이를 걸었다.
내가 잊혀지기 전의 일이다.
은하수가 사라지기 전의 일이다.
하늘이 무너지기 전의 일이다.
슬픔조차 길을 잃는 이 숲에서
딛을 곳 잃은 자아를 유폐시키고
지독한 낱말들을 뜯어먹으며
한 계절을 살아내야 한다.
원망같은 신음을 토해내며 문이 열리면
버려진 시간들이 달아난다.
이제 흐릿한 변명처럼 촛불을 밝혀
묵은 어둠을 닦아낸다.
향기없는 꽃이 온 숲을 뒤덮고
날지 못하는 새들이 종종걸음으로 찾아와
제 알을 낳고 또 먹어치울 때 까지
한 계절을 지내기 좋은 곳이다.
'photo & story' 카테고리의 다른 글
우중림 (0) | 2017.03.29 |
---|---|
흑백 풍경 (0) | 2017.03.26 |
Heavy j의 클럽 Rush 공연 (0) | 2017.03.20 |
to heaven... (0) | 2017.03.19 |
봉봉방앗간 (0) | 2017.03.1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