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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 & story

침묵의 숲




아직은 달빛이 차가운 숲길을 걷는다.

어둑하니 그림자를 뉘인 나무들 사이로

구불하게 사라지는 길.

그 모퉁이를 돌아선 끝에

창백한 지붕을 얹고 선 낡은 오두막.

한 계절을 보내기엔 좋은 곳이다.


한 때 나는 별들 사이를 걸었다.

내가 잊혀지기 전의 일이다.

은하수가 사라지기 전의 일이다.

하늘이 무너지기 전의 일이다.

슬픔조차 길을 잃는 이 숲에서

딛을 곳 잃은 자아를 유폐시키고

지독한 낱말들을 뜯어먹으며

한 계절을 살아내야 한다.


원망같은 신음을 토해내며 문이 열리면

버려진 시간들이 달아난다.

이제 흐릿한 변명처럼 촛불을 밝혀

묵은 어둠을 닦아낸다.

향기없는 꽃이 온 숲을 뒤덮고

날지 못하는 새들이 종종걸음으로 찾아와

제 알을 낳고 또 먹어치울 때 까지

한 계절을 지내기 좋은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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