낡음을 덧입고 허물어짐을 견디며 지내온 시간들이 남긴 그리움이란
이미 오래전 기한을 넘긴 열차표 같은 것이어서
닳도록 어루만지며 또 한 시절을 기다려도 결코
목적지에 닿을 수 없다는 것을 알았을 때
너는 와르르 무너졌을까...
이 생을 다할 다짐도 기다림도 결국 넘치도록 통속적이어서
무엇하나 특별할 것도 없는 너의 미움은 알고보면
뒤틀린 지붕을 이고 선 오래된 흙벽 같은 것이었다.
고개 꺾인 선풍기가 턱턱 거리는 소리를 내며
후덥지근한 한숨같은 바람을 방바닥으로 쏟아내던 밤
몸서리치는 불면으로 너를 내몰던 열대야도
사실 하나의 이름에 지나지 않았을테지....
그리하여 몇 날 밤을 뜬눈으로 지새워도 결코 돌아오지 않는
날들이라는 것을 알았을 때
너는 와르르 무너졌을까...
그 새벽, 무너져 가던 네 마음에 모서리 하나를 맞대고 서 있던 또 다른 마음도
이미 낡을대로 낡은 것이어서
그렇게 와르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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