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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생각들

떠돌이 개

객장이 한가한 틈을 타 밖에서 담배 한 대를 피고 있는데 이면도로 맞은편, 비에젖은 쓰레기 더미에 코를박고 먹을 것을 찾는 개 한마리 눈에 들어온다.
검은 얼룩 무늬가 있는 흔히들 발바리 라고 부르는 자그마한 잡종견이다.
군데군데 떡진 털이 지저분하게 엉켜있고 깡말랐다.
누군가에게 버림을 받았거나 집을 나왔다 길을 잃었거나...어쨌건 꽤나 오랫동안 밖을 떠돌며 살아온 몰골이다.
쓰레기 더미를 뒤지다 자신을 바라보는 시선을 느낀건지 내쪽으로 고개를 돌린다. 나는 시선을 피했지만 나를 발견한 녀석이 곧장 내게로 다가온다.
무슨 생각일까...
정작 근처에 와서는 자신도 어찌할 바를 모르는 모양이다. 주위를 쭈뼛쭈뼛 맴돌며 힐끔힐끔 쳐다본다.
일단 눈이라도 마주치면 불쌍한 척이라도 해볼 요량인가보다.
나는 담배를 다 필 때까지 녀석의 눈길을 피한다.
어쩐지 눈을 마주친다면 내게 기대어 올 것만 같았다. 나의 선의를 기대하고 베품을 기대하게 될 것이다.
나는 그럴 수 없다. 네녀석이 뭔가 기대할 수 있는 사람이 아니다.
어설프고 순간적이었던 동정심의 결과를 책임져야했던건...같이 살고 있는 고양이 두 마리로 족하다.
내가 감당할 수 있는 것은 거기까지다...
그러니 우리 눈은 마주치지 말자...담배를 끄고 매정하게 돌아서 들어오다 슬쩍 뒤를 돌아보니 녀석은 아무것도 찾지 못했던 쓰레기 더미로 되돌아가 다시 코를 박는다.
결국 나는 탕비실로 들어가 냉장고의 냉동실 문을열고 음식물 쓰레기 봉투를 뒤졌다.
금요일 저녁 마감을 끝낸 직원들이 치킨을 주문했던 기억이 나서였다.
다행히 온전한 살점이 붙어 있는 덩어리 세 조각을 찾았다.
얼어서 딱딱했지만 녀석이 어떻게든 알아서 하겠지...
여전히 녀석은 쓰레기 더미 주변을 떠나지 못하고 있다. 나는 닭고기 조각을 쥔 손으로 뒷짐을 쥔 채 녀석 근처를 지나간다.
녀석은 하던 일을 멈추고 나를향해 돌아섰지만 나는 이번에도 눈을 마주치지 않은 채 녀석을 지나쳐갔다. 그리고 나는 손에 쥐고 있던 닭고기 조각을 그만 손에서 <놓쳐> 버린다. 그리고 그 사실을 깨닫지 못하고 계속 걸어 객장으로 돌아온다.
마침내 녀석은 내가 <잃어>버린 딱딱한 치킨 조각을 물었다 내려놓았다 하면서 할수 있는 모든 방법을 동원해 먹기 시작했다.
그래... 살아남아라...
혹시 알겠니...어느 마음약한 사람이 너를두고 차마 지나칠 수 없는 측은한 마음이 들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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