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래도 좋다는 식으로 살던 시절은 끝났다.
더 이상은 아무래도 좋을 수가 없는 날들이다.
시절은 냉장고 안에서 잊혀진 사과보다도 더
빠른 속도로 시들어 갈 것이고...
우리는 우주의 팽창속도 만큼이나 빠르게 멀어져
언젠가 은하의 끝에 서 있는 서로를 잊어 갈 것이다.
그래도 걱정 말자...
우리는 원래 아무것도 아니었다.
누군가의 사랑도 아니었고
누군가의 기억도 아니었다.
어머니가 마신 약수의 침전물이었을 수도 있고
아버지가 삼킨 수박씨였을 수도 있다.
우리는 원래 그랬다...
아주 먼 우주의 끝에서 수 경분의 일의 확률로
이 땅에 우연히 떨어져...
생명이 되고 숱한 진화를 걸쳐 나에게 이르는
그 수십억 년의 시간 동안
단 한 번도 사랑에 실패하지 않았으니
이제 한 번쯤... 실패할 때도 되지 않았나...
그러니 그대 걱정 말자...
그저 우주의 끝으로 돌아가 모든 것이 다시 시작되어
우리에게 이를 때....
그 때 그대를 만난다면...
그래도 우리 걱정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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