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깟 역이 뭐 대단하다고 사진을 찍으러 여기까지 왔는가?
작가라는 사람들은 참 희한하지...
이런걸 찾으러 다니는걸로 밥벌이가 되나?
작가가 아니야? 허허 사람참...
작가가 뭐 별거겠는가...
좋은 카메라 둘러매고 굳이 이 골짜기까지 찾아오는 정성이면
그런 사람이 작가지.
광산 경기 좋을 때는 여기도 괜찮았네. 나도 요 앞에서 식당하면서
자식들 공부도 다 시켰고...
지금은 광부들도 다 떠나고 자식들도 다 떠났어.
사람도 젊은 시절 지나고 저무는 것 처럼
동네도 마찬가지로 전체가 고마 그렇게 다 늙어가는거라...
그래도 여긴 좀 나은편이네... 하루에 네 번은 기차가 서니까.
이런 사진들 찍어서 뭐에다 쓸지 모르겠지만...
기왕 찍는거면 이쁘게 찍어주게... 이젠 탄가루 날릴 일도 없으니
때도 안타고... 오늘은 볕도 참 좋네.
어디로 가시는 길이냐는 물음에 그는 그냥 시간을 보내는 중이라고 했다.
무인역이라 대합실 벤치에 앉아 담배를 피는 그 노인을 제지하는
이가 없었다.
잊혀져 가는 공간에서 저물어가는 그의 모습에 역사 내는 금연이란
상식은 무기력한 제제일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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