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마다 활짝핀 벚꽃을 기다리지만...
정작 꽃이 피었을 때는...
날려갈 꽃잎보다 먼저 아쉬움이 찾아온다.
이 화사한 봄날이 곧 끝날 것을 아는 것은 참 괴로운 일이다.
이맘 때 쯤이면 늘 뮤직 플레이어의 선곡리스트에 올라 반복 재생 되는 곡 중...한 곡...뒷모습.
그리고 꽃 그늘 아래를 거닐 때면 외어 보는 시...
불취불귀(不醉不歸)
- 허수경
어느 해 봄 그늘 술자리였던가
그때 햇살이 쏟아졌던가
와르르 무너지며 햇살 아래 헝클어져 있었던가 아닌가
다만 마음을 놓아보낸 기억은 없다
마음들끼리는 서로 마주보았던가 아니었는가
팔 없이 안을 수 있는 것이 있어
너를 안았던가
너는 경계 없는 봄 그늘이었는가
마음은 길을 잃고
저 혼자
몽생취사하길 바랐으나
가는 것이 문제였던가, 그래서
갔던 길마저 헝클어뜨리며 왔는가 마음아
나 마음을 보내지 않았다
더는 취하지 않아
갈 수도 올 수도 없는 길이
날 묶어
더 이상 안녕하기를 원하지도 않았으나
더 이상 안녕하지도 않았다
봄 그늘 아래 얼굴을 묻고
나 울었던가
울기를 그만두고 다시 걸었던가
나 마음을 놓아보낸 기억만 없다
- 허수경 시집 『혼자 가는 먼 집』(문학과지성 시인선 118)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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