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photo & story

봄...

https://youtu.be/_-7jh00vcdw



해마다 활짝핀 벚꽃을 기다리지만...
정작 꽃이 피었을 때는...
날려갈 꽃잎보다 먼저 아쉬움이 찾아온다.
이 화사한 봄날이 곧 끝날 것을 아는 것은 참 괴로운 일이다.

이맘 때 쯤이면 늘 뮤직 플레이어의 선곡리스트에 올라 반복 재생 되는 곡 중...한 곡...뒷모습.
그리고 꽃 그늘 아래를 거닐 때면 외어 보는 시...
불취불귀(不醉不歸)

- 허수경

어느 해 봄 그늘 술자리였던가

그때 햇살이 쏟아졌던가

와르르 무너지며 햇살 아래 헝클어져 있었던가 아닌가

다만 마음을 놓아보낸 기억은 없다

마음들끼리는 서로 마주보았던가 아니었는가

팔 없이 안을 수 있는 것이 있어

너를 안았던가

너는 경계 없는 봄 그늘이었는가

마음은 길을 잃고

저 혼자

몽생취사하길 바랐으나

가는 것이 문제였던가, 그래서

갔던 길마저 헝클어뜨리며 왔는가 마음아

나 마음을 보내지 않았다

더는 취하지 않아

갈 수도 올 수도 없는 길이

날 묶어

더 이상 안녕하기를 원하지도 않았으나

더 이상 안녕하지도 않았다

봄 그늘 아래 얼굴을 묻고

나 울었던가

울기를 그만두고 다시 걸었던가

나 마음을 놓아보낸 기억만 없다

- 허수경 시집 『혼자 가는 먼 집』(문학과지성 시인선 118)에서






'photo & story' 카테고리의 다른 글

<간이역> 구둔역에서...  (0) 2018.04.14
<간이역> 백양리역  (0) 2018.04.05
<간이역> 선평역에서  (0) 2018.03.28
<간이역> 추전역  (0) 2018.03.25
<간이역>서도역  (0) 2018.03.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