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하역
ㅡ 김명환
이제 이곳에 기차는 서지 않는다
백 리 밖에서 완행열차를 타고
손두부를 사러 오던 점방은
안노인이 죽고 문을 닫았다
깨진 창 사이로 밀린 고지서
바람에 흔들릴 뿐 흔들려도
가지 못하는 괘종시계 저편
떠나간 사람들은
어느 구비 돌고 있을까
기적소리도 없이 열차는 달려가고
떠나갈 사람도 돌아올 사람도 없는
이제 이곳에 기차는 서지 않는다
-시집 <젊은 날의 시인에게>
떠난 이들이 돌아오지 않아 허물어져가는 풍경 속을 서성이는 동안
어느새 마음도 바스라질 것 처럼 녹슬어간다.
아직 남은 생은 길기만 한데... 그리움 마저 지워버리면 내안엔 무엇이 남을까싶어
씁쓸하게 돌아 나오는 길...골목 어귀에 세월을 견디고 서 있는 폐가가 눈에 들어온다.
안노인이 죽고 문을 닫았다던, 시인이 손두부를 사러 왔던 점방이... 이 건물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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