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편 썸네일형 리스트형 잠자리와 고양이-3 복잡한 내 심경에 아랑곳 없이 은 눈코뜰 새 없이 바빴다.이른 저녁부터 밀려드는 손님으로 모든 테이블은 가득차 있었다. 바에도 역시 빈자리가 없었다. 이미 영업이 시작 된 지 얼마 지나지 않은 시간에 유리 잔을 두 개나 깨뜨렸다.평소 같았으면 바에 앉아 홀을 힐끔거리며 여자 손님이나 다찌들 품평을 지껄였을 실장도 바쁘게 뛰어 다니며 일을 도왔다.그러나 내 머릿속은 온통 그녀의 아파트에서 일어나고 있을 일들에 대한 상상으로 가득했다.중년의 일본인 남자가 그녀의 몸을 탐욕스럽게 더듬는 동안 내키지 않는 표정조차도 짓지 못하는 그녀의 모습이 눈 앞에 아른거렸다. 그렇게 한두 주를 보낼 생각을 하니 도저히 견딜 수가 없었다. 그러나 그자의 영역이고 시간었다.인정하고 받아들이고 기다려야 한다.그러기 위해서는 내 .. 더보기 잠자리와 고양이-2 “너는 왜 이 길로 뛰어 들었어?” 어느 날 저녁 그저 칵테일 생각이 나서 들렀다며 혼자 가게를 찾은 그녀가 나에게 물었다. “글쎄요... 뛰어 들었다는 표현은 어울리지 않는 것 같아요. 그건 뭔가 고민 끝에 중대한 결심을 세우고 일하는 사람에게나 쓸 법한 말인 것 같은데....저는 그게 아니거든요. 어쩌다보니 그냥 이렇게 살 수 밖에 없게 된 거지.” 아주 어린 시절부터 나는 만화가가 되기를 원했었다. 내가 만약 어느 작가의 문하에 들어갔다면 그것은 만화계에 뛰어들었다는 표현이 적합한 것이겠지만 지금의 삶은 전혀 아니었다.계획도 꿈도 없이 그야말로 막 사는 인생이나 다름없지 않은가.그녀는 쓴 웃음을 짓더니 칵테일을 한 모금 들이키곤 혼잣말처럼 중얼거렸다. “삶에 찌든 어른들처럼 얘기하네...어쩌다보니 .. 더보기 잠자리와 고양이-1 “오늘부터 당분간 밖에서 좀 지내.” 담뱃불을 붙이며 그녀가 던진 말이다.정오가 가까워 오는 시각이었다. 커튼을 투과한 햇빛이 부드러운 산광이 되어 온 방에 은은히 번지고 있었다.빛의 안개 속에서 나누었던 섹스는 늦잠만큼이나 달콤했지만, 그 여운을 깨며 갑작스레 툭 던지는 그녀의 말투는 다소 사무적이었다.내가 머뭇거리자 대답을 재촉하는 눈빛이 되돌아온다.의미를 몰라서 머뭇거렸던 건 아니었다. 언젠가는 이런 날이 올 꺼라 생각했었고, 앞으로도 겪을 일이었지만 막상 닥치니 당황스러웠다.그녀의 눈빛은 허락을 구하는 것이 아니었다. 그저 내가 의미를 제대로 이해한 건지의 확인 일 뿐. 그것은 명백한 통보였다. “얼마동안?”“알면서 뭘 또 물어. 빠르면 1주, 늦으면 2주. 내가 전화할게. 어차피 숙소에서 신세질.. 더보기 이전 1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