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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생각들

花樣年華

<우린 그들과 다르다고 생각했는데

그들이 어떻게 그렇게 됐는지 알고 싶었어요

이젠 알 것 같아요. 자신도 모르게 그렇게 된거죠.>

그 시절은 지나갔고, 이제 거기에 남은 것은 아무 것도 없다.


핀홀렌즈 카메라 같은 색감의 영상 속에서 슬픈 탄식을 끌어내는 미쟝센

느린 걸음을 따라가는 카메라 워킹에 맞춰 흐르는 애절한 바이올린 선율

절제된 애틋함으로 꽃피운 몽환적 사랑의 시.

평생을 약속했던 사람들로 부터 받은

배신의 상처에서 시작된 동지의식이 사랑으로 변해가는 동안

 억눌린 감정은 한 번도 격렬히 쏟아져 나오지 못하고...

어긋남 속에서 그저 눈물처럼 조금씩 조금씩 베어 나온다.

간절해서 비껴간 것인지...

비껴가기에 간절한 것인지...

마지막 엇갈림 속에서 터져 나오는 울음을 가까스로 참는 첸의 뒤로 보이는

꽃무늬 커튼, 스탠드, 부옇게 흐려진 거울...

인생의 가장 아름다웠던 시절은 저렇게 흐려져 가는 것인가... 

앙코르와트 사원에서 챠우가 돌기둥에 불어넣고 진흙으로 봉해버린 비밀...

첸이 키우는 아이...

결국 그렇게 사랑하면서도 서로에게 닿지 못하는 애틋함...



그 시절은 지나갔고, 이제 거기에 남은 것은 아무 것도 없다.

아... 그시절 그렇게 비껴갔기에 거기에 무엇을 남겼는지 그들은 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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