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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생각들

당신께...

당신의 꿈을 꾸었다.
늘 그렇듯 카랑카랑한 음성으로 미덥지 못한 자식놈을 꾸짖는 모습이다.
생전에 그 모진 말들로 받은 상처가 오래도록 미움으로 남았던 시절도 있지만...
지금은 그저 한 남자에 대한 존경만 남아있다.
가슴아픈 일은...
태어나서 처음으로 당신의 뺨을 쓰다듬었던 날이
당신은 이미 더이상 그것을 느낄 수 없는 날이었다는 것...
얼음장 같은 당신의 차가운 얼굴과 내 뜨거운 눈물은
당신이 가버린 세상과 내가 살아 갈 세상의 온도차였다.
이제와 꿈에서 당신께서 뭐라 호통을 친다고 해도
내게 여전히 사는 일은 오를 수 없는 산자락을 헤매는 일이다.
당신이 내게 던진 당부 중 무엇 하나도 따른 것이 없는 지금...
당신의 삶에서 이룬 것들의 발끝 조차 따라가지 못하는 것이 그때문이라 꾸짖으신다면
할 말은 없다.
그러나 당신의 걱정과는 달리 내 삶이 아직 다행인 것은
나는 아직 이 삶을 후회 해 본적이 없다.

그래도 당신이 아직 살아 계실 때
사랑한다고 말할 수 있었던 것은 다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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