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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생각들

혼술

지금은 더 이상 그립지 않은 당신의 말이 이따금씩 떠올라
오랫동안 마음 속에 머무를 때가 있다...
때로는 아주 긴 시간에 걸쳐... 그 이야기 속의 대화 색깔...맛...
혹은 아픔까지... 마치 내 경험인 것 처럼 생생하게 떠오를 때가 있는데...
대부분은 나를 만나기 전의 일들에 관한 이야기들이었다.
인사동이었을까... 신촌이었을까... 어쩌면...사당 어디 쯤이었던것도 같다...
지독하게 비가 내리던 밤이었고...
당신은 취하지 않는한 결단코 꺼내놓지 않았던 이야기들을 이어갔다.
포장마차 천막사이로 들이치며 내 어깨를 적셔가던 빗물처럼
당신의 이야기가 내게 스며들어
나는 어쩌만 나를 알기 전의 당신을 사랑하게 되었는지도 모르겠다.
장맛비처럼 쏟아지는 당신의 이야기에 나는 젖어가고...
위로를 위해 거푸 부딛히던 잔 속에서 취해버려... 그곳이 어디였는지
이제는 도무지 기억이 나지 않지만...
어느새 당신이 되어버린 내가
좋은 날이 올 것이라며 건넨 위로는...
모두 거짓이었다...

당신에게 말하지 못한 미안함은... 그게 전부라는게 또 미안해지는 밤...
나는 이제 더 이상... 누군가를 기다리는 사람처럼...
혼자 앉은 술 자리에 잔을 하나 더 놓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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