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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생각들

세 발로 걷는 이

겨우 숨만 쉬는 주제에 때되면 눈치없는 이노무 창지는
그래도 밥은 넣어 달라고 지랄이니
늙어빠진 몸뚱아리 끌고 나서면 마카다 고생일쎄...
밥 잘묵고 드러 누운 지녁에 그래 고마 가뻐리면 움메나 좋겠는가.
장가는 갔는가? 못갔다꼬?
그래 내가 늙어서 지금에 와갖고 세상을 이래 보니
가나 안가나 매 한가지라.
자식을 셋이나 키워놔도 즈그들 살기 바빠 허덕거리는거 보믄
낳아놓은 내가 죄인같아서  손을 내밀 수가 있겠는가.
결국에는 의지할껀 이 지팡이 밖에 없는 인생인데 그잘난 장가
가믄 어떻고 안가믄 어떤가.
혼자 먹고싶은거 먹고 가고 싶은데 댕기믄서 재밌게 살게...
늙은이가 겨우 코딱지만한 돈 찾으러 와서 별 오지랖을 다 떨고 있네만...
엇 지녁에 자다가 숨 떨어졌으면 이럴일도 없을걸 얘기하다보니 민망스럽네야.

한 달에 두어 번 힘겨운 걸음을 옮겨 객장에 들어서는 이 노인은 쉽게 끝나지 않는 삶에대한 원망이 가득하다.
다달이 통장에 꽂히는 푼돈에 대한 반가움보다, 이돈을 찾아
이어갈 삶의 고단함이 더 큰 것이다.
차라리 일찍이 혼자의 길에 들어선 나를 부럽다는 듯 바라보는 탁한 눈동자에 어리는 고독과 회한...
앞으로 몇 번이나 그를 더 볼 수 있을까.
아직 정오도 되지 않은 시각...그는 세 발로 저녁을 걸어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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