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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생각들

세월호 이야기 (팟캐스트 잘됐으면 좋겠어 123화 글)

이번 주 월요일로 세월호가 목포 신항에 도착한지 꼭 100일을 맞이했습니다.

그 즈음에 직장에서 뉴스를 보다가 페이스북에 끄적인 글 한 토막을 읽어볼까 합니다.

 

 

부서지는 햇살이 눈부심에도 내 시선은 자꾸만 밖을 향한다.

마땅히 둘 곳을 찾지 못해 잠시 던져두었던 TV에는 녹슬어가는 배 한척이 부두에 누워있었다.

누군가의 지울  수 없는 고통을 형상화 한다면 저토록 거대하고

흉물스런 구조물이 될까...

차라리 눈을 감고 싶은 마음에 자꾸만 눈부신 봄을 본다.

아직도 돌아오지 못한 이...돌아와 슬픔이 된 이름들...

피지도 못하고 사라진 꽃들을 위해

처연한 묵도처럼 희고 흰 목련 꽃잎이 하나씩 떨어지는 봄.

나는 자꾸만 창밖을 본다.

 

이 글을 끄적였던 그날 저는 많은 생각을 했습니다.

세월호 참사가 발생한 그 날부터 줄곧 저 역시 여러분들과 같이 놀라고 슬퍼했고 분노했지만, 실질적으로 지

3년간 제가 한 것은 인터넷 게시판이나 관련 기사 댓글란에 정부라는 거대조직을 향한 의미 없는 분노를

 끄적이는 것이 전부였습니다.

이따금씩 광장에 나갈 때도 있었지만 돌이켜보면 적극적인 행사 참여 없이 그저 한 바퀴 둘러보고 돌아오는

 나들이에 불과했던 것은 어차피 아무 것도 할 수 없다는 패배감을 덜어내기 위한 자위의 수단이 아니었나

 생각합니다.

부끄러운 얘기지만, 이 비극에 대한 표현이나 행동이 그 정도로 소극적이었던 이유는 아마도 우리 가족에게

도 일어날 수도 있는 일이라고 생각 하면서도 실질적으로 그것은 우리가족에게 일어난 일이 아니었기 때문

인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3년이 지나 마침내 물 밖으로 모습을 드러낸 세월호를 보았을 때

그 처참한 형체에 비로소 제 허상같은 슬픔은 실체를 가지게 되었던 것 같습니다.

진심어린 슬픔은 그렇게 늦게 저를 찾아왔습니다.

지난 4월에 있었던 세월호 행사에서 사진을 찍으며 늦게나마 실질적인 참여를 시작했던 배경에는 그날 처음

으로 느꼈던 구체적인 슬픔이 자리하고 있습니다.

 

지금도 여전히 세월호 유족들의 상처를 들쑤시는 말과 행동을 아무렇지도 않게 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혹은 여전히 무관심으로 일관하는 이들도 있습니다. 그들에게는 여전히 세월호는 남의 일이기 때문입니다.

저는 그들에게 말하고 싶습니다. 이 엄청난 사건의 진실을 규명과 관련된 책임자들의 처벌에 실패한다면 언

젠가 같은 비극이 우리의 일이 될 수도 있다는 사실을 알아야 합니다.

전면 재조사라는 일보의 전진이 반가운 이유입니다.

아직 무엇도 나아진 건 없습니다. 이제 다시 시작할 수 있는 기회를 얻었을 뿐입니다.

모쪼록 전 국민이 지속적인 관심을 가지고 진실과 정의가 승리하는 날을 함께 기다렸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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