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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생각들

감사합니다.

시각 장애인인 그는 보통 한 달에 한 번. 공과금 납부를 위해 객장을 찾는다.
그의 방문은 대체로 정문에 이르기 전에 객장의 안팎을 살피는 내 시선에 포착되지만, 간혹 내가 자리를 비우거나 다른 볼일을 보고 있을 때 출입 문을 찾지못해 한참을 헤매다 행인의 도움을 받아 들어 온 적이 있다.
오늘은 뒤늦게 윈도우를 더듬으며 출입문을 찾아 헤매고있는 그를 발견했다.
문을 열어 젖히고 다가가 평소처럼 그의 양 어깨에 손을 올려 운전 하듯 그가 걸어 갈 방향으로 이끈다.
그순간부터 그의 감사인사가 시작된다.
진행방향을 바꿀 때도 장애물에 대한 주의를 줄 때도 번호표를 뽑아 몇 번인지 알려 줄 때도...창구앞에 데려가 업무 처리를 도와주는 매 순간 순간 그는 <앗...감사합니다.>를 연발한다.
세어 본 적은 없지만 그는 객장을 나설 때까지 최소 스무 번 이상의 감사를 표하는 것 같다.
그래서 나는 그의 쉴틈없는 감사의 표현을 듣고 있자면 괜시리 미안해지곤 한다.
동정심이 아니라고 하면 거짓말이겠지만...적어도 그가 동정받는다는 느낌을 갖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 때문이다.
이곳에 일하면서 독거 노인이나 지체장애인 들의 외출을 돕는 도우미 들은 자주 보는데...
시각 장애인은 그런 식의 도움을 필요로 할 때 이용 할 수 있는 콜 센터는 없는것인지 문득 궁금해진다.
요즘 좋은 일들을 하는 분들과 어울림이 많아진 탓인지...이런 문제들이 도드라지게 눈에 띈다.
어쨌거나...그가 나에게 한 두 번만 감사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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