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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생각들

세월호 이야기130


지난 8월26일 목포에서는 세월호 거치 목포신항 전국 집중방문의 날 행사가 있었습니다.
이날 행사에서는 예상 인원을 훌쩍 넘겨 전국 각지에서 모여든 2천여명의 시민들이 목포역 광장을 가득 매우고 여전히 식지않은 추모의 열기를 이어갔습니다.
시민 알림 행사를 마친 후에는 목포시내를 가로지르는 3.3킬로미터 구간을 행진했으며 이후 목포신항을 방문,
미수습자 수습을 염원하는 문화행사와 항구에 거치된 세월호의 참관을 마치고 해산했습니다.
이날의 행사는 4월16일의 약속 국민연대와 지역별 세월호 모임이 함께 주관했으며 강릉지역에서는 25명의 신청자 중 17명이 현장을 방문하고 돌아왔습니다.

아스팔트를 달아오르게 만드는 늦더위에 우리의 온몸은 금세 땀으로 흠뻑 젖었습니다.
그러나 지난 3년이라는 시간동안 우리는 그 땀과는 비교할 수 조차 없을 정도의 많은 눈물을 흘려왔습니다.
그 날 전국에서 모인 2천명의 시민들이 만들어 낸 노란 물결은 우리의 가슴속에 흐르던 바로 그 눈물이었습니다.
차디찬 물 속에 우리 아이들의, 가족들의, 사랑하는 사람들의 생명이 꺼져가는 것을 그저 지켜볼 수 밖에 없었던 무력함과,
그들을 잃어버린 슬픔과, 누구도 책임지는이 없다는 사실에 대한 분노의 눈물은 여전히 거센 구호와 함성의 물결이 되어 흐르고 있었습니다.

"세월호를 국민에게 공개하라"
"미수습자를 마지막 한명까지 완전히 수습하라"
"해수부, 국정원 적폐 청산하라"

세월호가 뭍으로 올라온지 5 개월이 지났지만 우리의 구호가 크게 달라지지 않은 것은 아직도 많은 것이 해결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행진을 마치고 도착한 목포 신항에서 세월호를 보기 위해 들어가는 과정 중 빚어졌던 잡음 역시도 어쩌면 해결되지 못한 많은 문제들의 연장선상이었을지 모르겠습니다.
이곳 저곳에 뚫어놓은 구멍과 녹으로 뒤덮인 선체.
땡볕 아래 누워있던 세월호의 참혹한 모습은 화면에서 보던 것 보다 훨씬 더 거대했습니다.
그 참혹한 형상이 부두에 토해놓은 잔해들은 한 때 누군가의 삶의 수단이었고, 행복이었고, 미래이기도 했을 것입니다.
이 모든 것들이 304명의 생명과 함께 물속에 잠들어 있는 동안 아무일도 없었다는 듯 사실을 은폐하고 조작하며 뻔뻔하고 극악한 방법으로 진실에 다가서는 이들을 짓밟으려 했던 권력이 있었습니다.
우리가 외친 구호는 그 권력을 끌어내리고 세월호를 끌어 올렸습니다.
여전히 <이제그만 할 때가 되지 않았느냐.> 라는 말을 하는 이들이 있습니다. 그들에게 우리는 결코 <그만할 때>라는 시간은 존재하지 않는다고 말하고 싶습니다.
구호와 투쟁 없이는 어떤 국가 권력도 스스로 진실을 우리에게 드러내지 않는 다는 것을 우리는 지난 시간동안 숱하게 보아왔습니다.

비록 무능하고 부패했던 정권은 무너졌지만 그들을 무너뜨리고 세월호를 뭍으로 끌어 올린 것은 새로운 정치 세력이 아니라 촛불과 구호를 앞세웠던 우리들의 투쟁이라는 것을 잊어서는 안되겠습니다.
항구 출입문을 되돌아 나와 입구에서 유가족 분들을 만났습니다.
찾아 준 사실만으로도 감사하다는 말씀과 함께 눈물을 흘리는 그 분들의 수척한 얼굴에 드리워진 슬픔이 이 모든 참사의 원인과 책임자 처벌과 적폐 청산만으로 완전히 사라지는 날이 올까요?
그렇기에 우리에게 <이제 그만 할 때>라는 시간은 존재 하지 않습니다.
<결코 잊어서는 안 될> 아픔만이 존재 할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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