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일강의 악어는 사람을 잡아먹고 난 후 그를 위해 눈물을 흘린다는 서양의 전설이 있습니다.
셰익스피어 역시 그의 작품 여러 편에서 인용한 바 있는 이 전설은 사실 진실과 동떨어져 있습니다.
실제로 악어는 먹이를 먹을 때 움직이는 입과 눈물샘의 신경이 같아 먹이를 삼킬 때 눈물을 흘리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눈물은 슬픔이라는 감정에 대한 신체의 반응이며 또한 타인의 슬픔을 시각적으로 인지 할 수 있는 수단이기도 합니다.
그렇기에 때로는 거짓으로 슬픔을 꾸며내는데 유용한 방법으로 사용되기도 하며 이런 거짓된 눈물을 악어의 눈물이라 부르곤 하는데 우리는 위정자들에게서 이런 악어의 눈물을 종종 볼 수 있습니다.
2014년 5월 16일 박근혜 전 대통령은 유가족들을 면담한 자리에서 언제든 찾아오라는 말을 전했고, 같은 달 19일 대국민 담화에서는 세월호 참사에 대한 모든 책임을 지겠다는 다짐을 했었습니다.
그러나 우리가 그 자리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이 보였던 눈물이 바로 이 악어의 눈물이었음을 확신하는 것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었습니다.
행동이 뒤따르지 않는 약속에 진심이 담겨 있을 리가 없다는 사실을 우리는 잘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미 그 전에 있었던 분향소 방문에서 유가족을 위로하는 장면이 연출이었음이 들통났고,
언제든 찾아오라는 말을 믿었던 유족들이 숱하게 내민 면담 요청서에는 어떤 답변이나 입장 표명조차 없었습니다.
심지어는 시정연설을 위해 국회를 찾았을 때도 여기 한 번만 봐달라는 유가족들의 절규에 가까운 애원에도 눈길 한 번 주지 않았을 뿐 아니라 특조위 활동까지 방해하는데 망설임이 없었다는 사실까지도 드러났습니다.
방한 중 빽빽한 일정을 쪼개가면서 까지 유가족들을 만나 위로의 말씀을 전했던 프란치스코 교황과는 달라도 너무 다른 그 모습에서, 국민들의 고통조차 공감하지 못하는 국가의 수장이 그 자격을 의심받는 것은 너무나 당연합니다.
이렇게 쉽게 올 수 있었는데. 3년이나 걸렸다.
지난 8월 16일 취임 후 처음으로 유가족과 간담회를 가진 문재인 대통령을 만나기 전 유민 아빠 김영오씨가 취재진들에게 밝힌 심경이었습니다.
김씨와 함께 청와대를 방문한 200명의 유가족들은 청와대 경호처가 안산까지 보내준 차량을 타고 지난 3년간 눈물을 흘렸던 국회 앞과 광화문 광장, 그리고 청운동 동사무소 앞을 지나 정문을 통해 청와대로 들어갔습니다.
국가적 재난의 사후 수습에서 가장 중요한 일은 책임의 인정과 피해자들을 위로하는 일입니다. 이 당연한 일이 이루어지기까지 3년3개월이라는 시간이 필요했습니다.
국민들이 원하는 것은 거짓된 눈물이 아닌 진심어린 행동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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