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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생각들

세월호 이야기 128

2009년 1월 15일 오후 3시 30분. 150명의 승객과 기장을 포함한 5명의 승무원이 탑승한 us airways 1549 에어버스 A320 여객기는 뉴욕의 라구아디아 공항을 출발, 노스캐롤라이나 주의 샬럿으로 향할 예정이었습니다.
그러나 이 여객기는 이륙직후 고도가 충분히 확보되지 못한 상태에서 새떼와 충돌하게 되면서 양쪽 엔진에 화재가 발생합니다.
관재탑과의 교신에서 회항과 근처의 공항에 착륙하는 대안을 제시했으나 충분치 못한 고도는 계속 떨어지고 있었으므로 상황은 여의치 않았습니다.
마침내 허드슨강으로 향한다는 기장의 말을 마지막으로 교신은 두절되었습니다.
지면과 충돌하기까지 남은시간은 208초. 이 절체절명의 순간 설리 기장은 침착하게 비행기를 몰아 850미터 상공에서 허드슨강 수면 위로 비상착륙을 시도 했습니다.
결과는 기적과도 같은 155명 전원 생존 이었습니다.
2만 시간이라는 비행기록을 가진 베테랑 기장은 동력 손실상태의 비행기를 수면위로 완벽하게 착륙시켰고, 부기장은 죽음의 공포를 마주하면서도 어쩌면 무모해 보일 수도 있는 기장의 판단과 실력을 의심하지 않았습니다.
불시착 후 승무원들은 구조의 손길이 올 때까지 침착하게 모든 승객을 양 날개 위로 대피 시켰고, 기장과 부기장은 기내에 물이 차올라 움직이기 힘든 상황이 되어서도 자리를 지켰습니다.
담당 관제사는 교신이 두절되자마자 모든 항공사와 근처 공항의 담당자들에게 비상상황을 전파하여 허드슨 강을 지날 예정이었던 또다른 항공기와의 공중 추돌이라는 비행사고를 막았으며, 뉴욕경찰의 구조대와 해상경비대 요원들은 비행기가 수면에 닿기도 전에 이미 구조준비를 마치고 현장으로 출동했습니다. 허드슨 강을 운항하던 페리여객선의 선장과 승무원들은 사고현장을 발견하자마자 달려왔고, 승객들은 두려움속에서도 승무원들의 안내에 따라 질서를 지키며 어린아이부터 대피를 시켰으며, 뉴욕시 당국은 지역내 전 소방 당국의 출동 명령과 함께 100여명의 의사를 대기시키는 등 사고 직후 단 3분만에 국가 재난 안전 시스템을 완벽하게 가동시켰습니다.
이 사건은 허드슨강의 기적이라 불리며 영화로까지 만들어져 미국인들의 자랑스러운 이야깃거리가 되었습니다.
그들에게 일어난 기적은 바로 그들이 일으킨 것이었습니다.

이국종 아주대학교 의과대학 외상외과 교수가 세월호 참사 당시 구조상황이 담긴 영상을 공개 했습니다.
이 교수는 지난 7일 cbs 강연 프로그램 <세상을 바꾸는 15분>에 출연해 세월호가 침몰된 진도 맹골수도 상공에서 헬리콥터를 타고 내려다 본 당시 상황을 전하면서
“세월호가 가라앉는 것을 눈으로 보는 순간 거기에 있던 구조 헬리콥터가 모두 다 앉아 있었다. 거기 있던 헬리콥터가 5천억원 어치가 넘는다. 이게 우리가 자랑하는 시스템이다.”라는 말로 즉각대응하지 못한 채 멈춰 서 버린 재난 구조 시스템을 꼬집었습니다.
그는 또한 자신이 탄 헬리콥터가 목포에 있는 비행장이 아닌 산림청에서 급유한 사실을 전하며 “목포에 비행장이 몇 개인데 왜 기름을 넣을 수 없는것인가. 공무원이 나빠서 그런것 같은가.”라고 반문하기도 했습니다.
이 교수가 공개한 당시의 상황 영상에서 우리는 가슴 아프게도 허드슨강의 기적을 떠올릴 수 밖에 없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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