텅빈 당신의 눈동자... 아무것도 남아 있지 않은 눈동자의 당신은 차라리 이길 수 없는 슬픔으로 몸부림 치던 날들이 아름다웠다. 가질 수도 놓아버릴 수도 없는 것들을 움켜쥔 채 불꺼진 무대위의 첼로처럼 흐느끼던 당신이 아름다웠다. 지나간 날들은 잊혀진 이름에 지나지 않아 차라리 당신은 누군가의 상처가 되길 꿈꾸었는지도 모르겠다. 선혈같은 눈물을 뚝뚝 떨구던 그밤...당신은 그랬는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텅빈 당신의 그 눈동자가 내게는 지울 수 없는 슬픔이다. 더보기 매혈의 추억 90년도의 일이다. 1학년을 두 번이나 다니고 결국 고교 생활을 접어버린 나는 어른들의 세상을 기웃거리다 고등학교 학력 정도는 있어야 그래도 사람 흉내 정도는 내며 살 수 있겠구나 하는 결론을 내렸다. 그리하여 세상의 끝을 향해 달려 갈 것 같던 광란의 10대 생활을 잠시 멈추고 검정고시를 준비하기 위해 외삼촌 댁이 있는 부산으로 내려가 몇 개월을 보냈다. 그러나 착실함과는 거리가 먼 생활이 하루아침에 개선 될 리는 없었다. 검정고시 학원에서 만난 친구들 역시 나와 사정이 비슷했다. 한 때는 좀 놀던 놈들인지라 마음을 잡았다고는 하나...아직은 애들이어서 뜻이 맞는 놈들끼리 모이니 쑤시던 좀이 다시 발동하기 시작했다. 이따금씩 학원의 오후 수업을 땡땡이 칠 때면 남는 것은 시간뿐인 우리에게 부족한 것은 .. 더보기 존엄사를 위하여... 보험상품 특별 집중 판매 기간중 창구 직원들을 독려하기 위한 트레이너 한 명이 서울에서 내려와 상주 중이다. 4일 째 되는 오늘까지의 판매 실적이 저조한 탓인지 눈에 불을켜고 고객 유치에 열을 올리던 그녀의 시선이 자연스럽게 나를 향했다. 정해진 수순이었을테지만 예상보다 빠르다는 것은 생각보다 상황이 좋지 않다는 의미겠지. -우리 경비 주임님도 암 상품하나 가입 하셔야죠. 같은 식구인데 이럴 때 서로 돕고 삽시다. -여기 직원들을 식구처럼 생각하지만 식구는 아닙니다. 아실지 모르겠지만 전 파견 근로자에요. -주임님 한테 적합한 상품 하나 골라 드릴께요. 암 보험 없으시죠? 사람이 병이났는데 돈이 없으면 그처럼 막막한게 없어요. -네 생각만 해도 무섭지만 제가 워낙 박봉이라 그럴 여유가 안되네요. 걸리면 .. 더보기 이전 1 ··· 14 15 16 17 18 19 20 ··· 29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