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이역> 선평역에서 대합실 문은 굳게 잠겨 있었다.폐문 앞에 서는 일은 익숙하나돌아서는 일은 늘 어렵다.그 잠김이 새 것일 때 남는 미련은더욱큰 것이기에차라리 무성히도 자라난 잡초 속에서세월에 바스라지는 쇠빗장이었다면돌아서는 일이 조금은 수월했을까.저 철길은 수 없이 구부러지고 나서야겨우 이 골짜기를 벗어 날 터인데나는 몇 수의 아리랑을 읊어야이 골짜기를 벗어날까... 더보기 <간이역> 추전역 이따금씩 잔설 뒤덮인 산자락을 따라내려와비좁은 플랫폼을 쓰다듬으며 지나가는 서늘한 바람에목덜미가 움츠러 든다. 먼 곳에서 꽃 소식이 들려오는 3월말의 초봄도이곳에서는 고독이다.한 때선로에 주저 앉은 구름을 밀어내며산업화를 향해 내달리던 디젤기관차들은어디에서 녹슬어가고 있을까.가장 높은 곳에 있는 역...돌아갈 곳을 잃은 겨울이 오래도록 머무는아직도 검은 땅에서오지 않은 것들을 기다리는 사람처럼 한참을 서성였다. 더보기 <간이역>서도역 먼길을 달리고 달려 낡은 역사(驛舍)의 마당에 차를 세웠을 때서글픔이 밀려 든 것은 더이상 나를 찾지 않는당신이 그리워져서 였다.여전히 반짝반짝 빛나는 평행선을 따라 종착역을 향해 달려가는당신에게 있어서 나란 존재는녹슨 선로를 마주하고 세월의 더께를 뒤집어 쓴채 낡아가는판자 건물 같은 존재일거라 생각했다.한 때 아주 잠시 스쳤던 선로 변경점 에서 끝 모를 그리움을 안고늦은 오후의 봄볕아래 바래지는 갈색으로 묵어가는 간이역처럼... 난생 처음 보는 건물 앞에서 먹먹한 가슴과 뜨거워지는 눈시울 때문에한참을 차에서 내리지 못했던 까닭은 그 때문이었을게다.서도역 에서... 더보기 이전 1 2 3 4 5 6 7 8 ··· 29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