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이역>나전역 이깟 역이 뭐 대단하다고 사진을 찍으러 여기까지 왔는가?작가라는 사람들은 참 희한하지...이런걸 찾으러 다니는걸로 밥벌이가 되나?작가가 아니야? 허허 사람참...작가가 뭐 별거겠는가... 좋은 카메라 둘러매고 굳이 이 골짜기까지 찾아오는 정성이면그런 사람이 작가지.광산 경기 좋을 때는 여기도 괜찮았네. 나도 요 앞에서 식당하면서자식들 공부도 다 시켰고...지금은 광부들도 다 떠나고 자식들도 다 떠났어.사람도 젊은 시절 지나고 저무는 것 처럼동네도 마찬가지로 전체가 고마 그렇게 다 늙어가는거라...그래도 여긴 좀 나은편이네... 하루에 네 번은 기차가 서니까.이런 사진들 찍어서 뭐에다 쓸지 모르겠지만...기왕 찍는거면 이쁘게 찍어주게... 이젠 탄가루 날릴 일도 없으니때도 안타고... 오늘은 볕도 참 좋네.. 더보기 <간이역>도경리 역 박제된 시간 위로 오후의 햇살이 쏟아져 내렸다. 뿌연 먼지로 흐려진 대합실 창 밖으로 꾸벅 꾸벅 졸고 있는 할머니가 보였다. 길고 고된 하루를 억척스럽게 살아가던 시절 삶의 무게만큼이나 무거운 다라이를 이고 개찰구를 지나 비둘기 호에 올랐을 누군가의 어머니는 모든 것이 멈춘 풍경 속에서 이제 조용히 늙어가고 있었다. 더보기 포르노를 지우던 날... 살아오면서 생각지도 못했던 죽음의 문턱에 갔거나, 죽음을 생각했거나, 혹은 오늘은 정말 죽을 수도 있겠다고 느낀 적이 있다. 외환위기로 청춘을 깔끔히 말아먹고 서울에서 퀵서비스 일을 하던 어느 비오는 날, 지하철 공사구간의 철제 복공판 위에서 커브를 돌다 미끄러져 버스 밑으로 들어갔던 순간이나 급정차한 택시의 뒷꽁무니를 들이받고 수 미터를 날아가던 순간, 아...세상은 이렇게 끝나는건가 싶었다. 죽어도 곱게 죽기 위해 두 번 다시 오토바이를 타는 일로 벌어먹지 않겠다는 다짐속에서 강릉으로 내려왔지만 청춘의 끝자락을 갈아넣어 일 한 번 저지르자며 뭉쳤던 애니메이션 회사는 일년만에 무너졌고 나는 빈털털이 신세로 서울로 되돌아갔다. 꿈도 희망도 없는 나날이라도 입에 풀칠은 하고 살아야했기에, 뼛속까지 한기를 .. 더보기 이전 1 ··· 3 4 5 6 7 8 9 ··· 29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