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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합니다. 시각 장애인인 그는 보통 한 달에 한 번. 공과금 납부를 위해 객장을 찾는다. 그의 방문은 대체로 정문에 이르기 전에 객장의 안팎을 살피는 내 시선에 포착되지만, 간혹 내가 자리를 비우거나 다른 볼일을 보고 있을 때 출입 문을 찾지못해 한참을 헤매다 행인의 도움을 받아 들어 온 적이 있다. 오늘은 뒤늦게 윈도우를 더듬으며 출입문을 찾아 헤매고있는 그를 발견했다. 문을 열어 젖히고 다가가 평소처럼 그의 양 어깨에 손을 올려 운전 하듯 그가 걸어 갈 방향으로 이끈다. 그순간부터 그의 감사인사가 시작된다. 진행방향을 바꿀 때도 장애물에 대한 주의를 줄 때도 번호표를 뽑아 몇 번인지 알려 줄 때도...창구앞에 데려가 업무 처리를 도와주는 매 순간 순간 그는 를 연발한다. 세어 본 적은 없지만 그는 객장을 나설 .. 더보기
세월호 이야기 128 2009년 1월 15일 오후 3시 30분. 150명의 승객과 기장을 포함한 5명의 승무원이 탑승한 us airways 1549 에어버스 A320 여객기는 뉴욕의 라구아디아 공항을 출발, 노스캐롤라이나 주의 샬럿으로 향할 예정이었습니다. 그러나 이 여객기는 이륙직후 고도가 충분히 확보되지 못한 상태에서 새떼와 충돌하게 되면서 양쪽 엔진에 화재가 발생합니다. 관재탑과의 교신에서 회항과 근처의 공항에 착륙하는 대안을 제시했으나 충분치 못한 고도는 계속 떨어지고 있었으므로 상황은 여의치 않았습니다. 마침내 허드슨강으로 향한다는 기장의 말을 마지막으로 교신은 두절되었습니다. 지면과 충돌하기까지 남은시간은 208초. 이 절체절명의 순간 설리 기장은 침착하게 비행기를 몰아 850미터 상공에서 허드슨강 수면 위로 비상.. 더보기
늙음에 대한 보고서 서울의 모 은행 지점에 경비원으로 있던 어느 날이었다. 영감님 한 분이 중요한 일로 지점장을 만나러 왔다고 했다. 나는 그를 지점장실로 안내해 주었고 몇 분 후 지점장은 떨떠름한 얼굴로 그를 배웅했다. 그가 지점장을 찾아 온 까닭은 아직 노령연금이 나오려면 보름이나 남았는데 생활비가 다 떨어졌다는 것이다. 돈이 많은 곳에서 근무하는 사람들 중 제일 높은 분이니 자신을 조금 도와 줄 수 있느냐고 부탁을 하더라는 것이다. 연금이 나오는 날 꼭 갚겠다는 말도 덧붙였다고 했다. 그가 불쌍했던 것인지 아니면 귀찮아서 빨리 보내고싶었던 것인지...어쨌거나 지점장은 그의 손에 5만원을 쥐어주었다. 그의 곤궁을 일시적으로 해소시켜준 지점장의 방식은 다른 문제를 야기시켰다. 영감님은 그 돈이 다 떨어진 며칠 후 또 다시.. 더보기